와인샵에서 직원분이 "이건 타닌이 좀 있고 오크 뉘앙스가 잡히는 스타일이에요"라고 설명해줬는데, 고개는 끄덕였지만 사실 하나도 못 알아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라벨 읽는 법은 검색하면 잘 나오는데, 정작 마시고 나서 "이 맛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아무도 안 알려주더라고요.그래서 이번에는 사전식 설명 대신, 제가 실제로 마시고 기록해둔 여섯 병을 펼쳐놓고 그 안에 등장한 표현들만 골라 풀어보려고 합니다. 아래 인용은 전부 인스타그램 @wine.with.u에 그날 그대로 적어둔 메모입니다. 다듬지 않은 반말 그대로 가져왔습니다.먼저 표부터 — 시음노트에 제일 자주 나오는 표현 12개본문을 읽기 전에 이 표만 저장해두셔도 와인샵 대화의 절반은 통합니다. 오른쪽 칸은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실제로 그 표현이 나왔을..
선물 받은 와인 라벨에 적힌 연도 하나 때문에 고민해본 적 있으신가요? "이 빈티지가 좋은 해인가, 아닌가"부터 "그냥 마셔도 되나"까지 빈티지 이야기는 언제나 헷갈립니다. 지난겨울 며칠 사이에 마신 다섯 병을 놓고 보니, 빈티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와인과 전혀 그렇지 않은 와인이 확연히 갈렸습니다. 실제로 마신 순서 그대로, 비비노 평점까지 곁들여서 정리해봤습니다.애초에 빈티지 차이는 왜 생길까와인 라벨의 연도는 포도를 수확한 해를 뜻합니다. 같은 포도밭이라도 그해 봄에 비가 얼마나 왔는지,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 수확 직전에 우박이 왔는지에 따라 포도의 당도와 산도, 향의 농축도가 달라집니다. 더운 해는 당도가 높고 산도가 낮아 과실향이 화려해지는 경향이 있고, 서늘한 해는 산도가 살아있고 향이 절..
퇴근하고 고기 구워 먹는 날, 냉장고에 있는 와인 중 뭘 꺼내야 할지 매번 고민이었다. 삼겹살엔 화이트가 어울린다는 말도 있고, 소고기엔 무조건 진한 레드라는 말도 있고. 실제로 여러 자리에서 고기 구이와 곁들여본 와인 네 병을 정리해봤다. 삼겹살, 한우 구이, 스테이크까지 — 어떤 병이 어떤 고기와 잘 붙었는지 기록 그대로 옮긴다.왜 고기엔 레드가 국룰일까레드 와인의 떫은맛, 즉 타닌은 고기의 지방과 만나면 입안을 헹궈주는 역할을 한다. 지방이 타닌을 부드럽게 감싸고, 타닌은 다음 한입을 다시 개운하게 만들어주는 식이다. 그래서 기름진 부위일수록 타닌이 단단한 와인이 잘 붙고, 담백한 부위엔 타닌이 약한 와인도 충분하다. 아래 세 자리는 그 원리를 그대로 확인한 경험이었다.삼겹살엔 아마로네 스타일 — ..
이탈리아 와인 하면 십중팔구 바롤로나 키안티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정작 마셔보면 "이게 진짜 이탈리아 와인이야?" 싶은 순간이 오는 건 오히려 그 옆동네들일 때가 많습니다. 바롤로와 같은 네비올로 품종인데 스타일이 다른 바르바레스코, 산지오베제의 정점이라 불리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그리고 레드 명가인 줄 알았는데 화이트도 만드는 가야까지. 실제로 마셔본 세 병을 기준으로 이탈리아 와인 지도를 다시 그려봤습니다.바르바레스코 — 바롤로의 그늘에 가려진 피에몬테의 왕바롤로랑 뭐가 다른가요바르바레스코와 바롤로는 둘 다 피에몬테에서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듭니다. 흙과 토양 구성이 비슷한 지역이라 종종 "형제 와인"으로 묶이는데, 통상적으로 바롤로가 더 무겁고 오래 숙성이 필요한 스타일이라면 바르바레스코는 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