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선물 받은 와인 라벨에 적힌 연도 하나 때문에 고민해본 적 있으신가요? "이 빈티지가 좋은 해인가, 아닌가"부터 "그냥 마셔도 되나"까지 빈티지 이야기는 언제나 헷갈립니다. 지난겨울 며칠 사이에 마신 다섯 병을 놓고 보니, 빈티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와인과 전혀 그렇지 않은 와인이 확연히 갈렸습니다. 실제로 마신 순서 그대로, 비비노 평점까지 곁들여서 정리해봤습니다.

    애초에 빈티지 차이는 왜 생길까

    와인 라벨의 연도는 포도를 수확한 해를 뜻합니다. 같은 포도밭이라도 그해 봄에 비가 얼마나 왔는지,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 수확 직전에 우박이 왔는지에 따라 포도의 당도와 산도, 향의 농축도가 달라집니다. 더운 해는 당도가 높고 산도가 낮아 과실향이 화려해지는 경향이 있고, 서늘한 해는 산도가 살아있고 향이 절제된 스타일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모든 와인이 이 영향을 똑같이 받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량으로 여러 포도밭·여러 해의 원액을 블렌딩하는 와인은 편차가 작고, 단일 포도밭·단일 빈티지를 고집하는 와인은 편차가 크게 드러납니다. 지난겨울 마신 다섯 병이 정확히 이 두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12월 22일, 홈파티에서 만난 세 병

    연말 홈파티였고 와인을 즐기지 않는 친구들도 함께한 자리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화이트부터 땄습니다.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 2023 — 스크류캡이라 부담 없이

    방탄소년단 정국이었나 진이었나 누가 즐겨마신다고해서 맛이 궁금했던. 스크류캡이어서 열기도 편하고, 맛도 기분좋은 시트러스한 맛! 와인 즐기지 않는 친구들 모임에서도 가볍게 함께 마시기 좋을 듯한 맛.

    뉴질랜드 말버러산 소비뇽 블랑입니다. 이 와인은 빈티지를 따져가며 고를 필요가 크지 않은 쪽입니다. 스크류캡 마감에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스타일의 핵심이라, 해마다 크게 요동치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코르크가 아니라 스크류캡이라는 점도 진입장벽을 낮춰줍니다.

    시부미뇰 빈야드 샤르도네 2019 — 오크 숙성 스타일

    시부미뇰 샤르도네 버터. 오크. 바닐라. 트로피컬. 맛있었다!

    미국 러시안 리버 밸리산 샤르도네입니다. 버터·오크·바닐라 노트가 뚜렷한 스타일인데, 이런 스타일은 그해 날씨보다 양조 방식(오크 숙성 정도)이 맛을 더 크게 좌우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 역시 빈티지 하나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와인은 아니었습니다.

    테누타 루체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8 — "빈티지 안 타서 좋음"

    루체 BDM은 언제나 맛있다. 빈티지도 안 타서 좋음.

    이 한 줄이 이번 글을 쓰게 된 실마리였습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원래 해마다 편차가 있다고 알려진 산지인데, 루체는 마실 때마다 안정적이라는 게 직접 마셔본 소감입니다. 유명 산지라고 전부 빈티지 영향을 크게 받는 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포도밭 관리와 블렌딩 노하우로 편차를 줄이는 생산자가 분명히 있습니다.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밤 — 돔 페리뇽 2015

    2015년은 다소 더웠던 해라고 한다. 향은 더웠던 그 해를 대변하듯 매우 달콤하고 쨍했으며 맛은 다소 시트러스하게 느껴짐.

    제주 여행을 다녀온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돔 페리뇽 2015 빈티지입니다. 이 병이 사실 이번 글을 쓰게 된 계기인데, 캡션에 비비노 평점까지 빈티지별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빈티지 비비노 평점 특징
    2014 4.6 비교 참고용(미시음)
    2015 4.4 더웠던 해 — 달콤하고 쨍한 향, 시트러스한 맛(직접 시음)
    2016 4.5 비교 참고용(미시음)

    세 빈티지의 평점 차이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4.4~4.6). 다만 실제로 마셔보니 "더웠던 해"라는 정보만으로도 향과 맛의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기온이 높은 해는 포도가 더 빨리, 더 달게 익어서 산도는 낮아지고 향은 화려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평점 숫자보다 "왜 그런 평점이 나왔는지"를 읽는 게 더 유용하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1월 3일 — 같은 밤의 또 다른 병, 판티니

    플럼. 체리. 가죽향. 산뜻하니 맛있었던 가성비 와인

    이탈리아 아브루초산 판티니 에디치오네 친퀘 아우토크토니입니다. 돔 페리뇽과 나란히 마셨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이 와인은 빈티지 이야기가 캡션에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여러 해를 섞어 마셔도 스타일 차이가 크지 않은" 데일리 가성비 와인 카테고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리 — 빈티지, 언제 확인하고 언제 넘어가도 될까

    와인 성격 빈티지 확인 필요도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 캐주얼 화이트 낮음
    시부미뇰 샤르도네 오크 숙성 화이트 낮음~보통
    테누타 루체 브루넬로 프리미엄 레드(생산자가 편차 관리) 낮음(예외적)
    돔 페리뇽 프레스티지 샴페인 높음
    판티니 데일리 레드 낮음

    다섯 병을 놓고 보니 "가격대가 올라가고 산지가 유명할수록 빈티지를 확인할 가치가 커진다"는 감이 왔습니다. 특히 샴페인처럼 그해 기후가 향과 산도에 직접 드러나는 카테고리는 빈티지 정보를 챙겨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만원대 데일리 와인이나 캐주얼한 화이트라면 빈티지 걱정 없이 편하게 고르셔도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비비노 평점, 믿을 만한가요?

    비비노는 전 세계 사용자들의 평점을 모은 앱이라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같은 와인의 빈티지별 평점 차이를 비교하는 용도로는 유용합니다. 이번처럼 "이 해가 다른 해보다 평이 낮은지"를 가늠하는 참고 자료로 쓰기 좋습니다.

    Q2. 빈티지가 안 좋은 해 와인은 무조건 별로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돔 페리뇽 2015처럼 "더웠던 해"라는 특징이 오히려 달콤하고 화려한 향으로 이어져 취향에 따라 더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빈티지 차이는 우열이라기보다 스타일의 차이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Q3. 초보자가 빈티지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라벨의 연도를 비비노 같은 앱에 검색해서 같은 와인의 다른 빈티지와 평점을 비교해보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전문적인 빈티지 차트까지 볼 필요 없이, 평점과 리뷰 몇 개만 훑어봐도 대략적인 감이 잡힙니다.

    Q4. 선물받은 와인의 빈티지가 좋은지 모르겠다면?

    이번 루체 브루넬로처럼 생산자 자체가 편차 관리를 잘하는 곳이라면 빈티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유명 산지의 고가 와인이라면 마시기 전에 그해 기후 정보를 한 번 검색해보는 정도는 맛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결국 빈티지는 "무조건 확인해야 하는 숫자"가 아니라 "와인이 왜 이런 맛이 났는지 설명해주는 힌트"에 가까웠습니다. 다음에 라벨의 연도를 보게 되면, 좋고 나쁨을 따지기보다 그해 날씨가 어땠는지 한 번 검색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더 많은 시음 기록은 인스타그램 @wine.with.u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