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고기 구워 먹는 날, 냉장고에 있는 와인 중 뭘 꺼내야 할지 매번 고민이었다. 삼겹살엔 화이트가 어울린다는 말도 있고, 소고기엔 무조건 진한 레드라는 말도 있고. 실제로 여러 자리에서 고기 구이와 곁들여본 와인 네 병을 정리해봤다. 삼겹살, 한우 구이, 스테이크까지 — 어떤 병이 어떤 고기와 잘 붙었는지 기록 그대로 옮긴다.왜 고기엔 레드가 국룰일까레드 와인의 떫은맛, 즉 타닌은 고기의 지방과 만나면 입안을 헹궈주는 역할을 한다. 지방이 타닌을 부드럽게 감싸고, 타닌은 다음 한입을 다시 개운하게 만들어주는 식이다. 그래서 기름진 부위일수록 타닌이 단단한 와인이 잘 붙고, 담백한 부위엔 타닌이 약한 와인도 충분하다. 아래 세 자리는 그 원리를 그대로 확인한 경험이었다.삼겹살엔 아마로네 스타일 — ..
중식당에 가면 늘 고민이 생깁니다. 화이트로 갈지 레드로 갈지, 아니면 그냥 맥주로 타협할지. 최근 일주일 사이 완전히 다른 두 자리에서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하나는 파인다이닝 코스에서 다섯 잔을 순서대로 받은 자리였고 다른 하나는 중식당에서 레드 와인 한 병을 골라 간 자리였습니다. 두 경험을 나란히 놓고 보니 "음식에 맞춰 와인을 고른다"는 말이 실제로 뭘 뜻하는지 감이 잡혀서, 오늘은 그 기록을 정리해봅니다.1. 파인다이닝 코스, 다섯 잔이 순서대로 나왔습니다레스토랑 주은에서의 저녁 자리였습니다. 코스에 맞춰 와인이 순서대로 나왔는데, 스타일 변화가 뚜렷했습니다.Bonnet-Ponson Cuvée Perpétuelle Extra Brut Champagne 2015 (샹파뉴, 스파클링) — ..
일식 다이닝바 주방 앞에 앉아 셰프가 도마질하는 걸 구경하면서 화이트 와인을 마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분당 정자동의 오마카세 바 '신독'에서 그런 저녁을 두 번 보냈습니다. 한 번은 뫼르소, 한 번은 크룩 샴페인이었죠. 그리고 얼마 뒤 판교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홍합찜에 이탈리아 화이트를 곁들이고 나서야 '화이트 와인은 그냥 가볍게 마시는 술'이라는 제 편견이 완전히 깨졌습니다.이번 글은 실제로 마셔본 화이트 와인·샴페인 4병과, 비교 삼아 함께 마신 레드 1병을 음식과 함께 기록한 페어링 노트입니다. 산지도 부르고뉴, 피에몬테, 베네토, 샹파뉴, 바로사 밸리로 제각각이라 "화이트 와인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인상을 가진 분들께 특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1. 신독에서 만난 뫼르소 — 셰프의 손끝과 ..
여름에 화이트 와인을 사려고 마트에 서면 대체로 두 갈래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소비뇽 블랑이냐, 리슬링이냐.둘 다 시원하게 마시는 화이트고, 둘 다 산도가 좋고, 가격대도 겹칩니다. 그런데 마셔보면 성격이 꽤 다릅니다. 직접 마신 두 병으로 정리해봤습니다.소비뇽 블랑 — Russian Jack (뉴질랜드 말버러)가볍게. 차게 해서 마시기 좋은 화이트.블루베리와 조합이 괜찮았다. 🥂뉴질랜드 말버러는 소비뇽 블랑의 대명사 같은 산지입니다. 이 지역 소비뇽 블랑의 특징은 향이 아주 직설적이라는 겁니다. 잔에 코를 대면 풋풋한 풀 냄새, 자몽, 패션프루트 같은 향이 바로 올라옵니다.그래서 초보자가 "아 이건 이런 향이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리기 쉬운 와인입니다. 와인 향을 설명해도 잘 모르겠다는 분께 첫 병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