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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당에 가면 늘 고민이 생깁니다. 화이트로 갈지 레드로 갈지, 아니면 그냥 맥주로 타협할지. 최근 일주일 사이 완전히 다른 두 자리에서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하나는 파인다이닝 코스에서 다섯 잔을 순서대로 받은 자리였고 다른 하나는 중식당에서 레드 와인 한 병을 골라 간 자리였습니다. 두 경험을 나란히 놓고 보니 "음식에 맞춰 와인을 고른다"는 말이 실제로 뭘 뜻하는지 감이 잡혀서, 오늘은 그 기록을 정리해봅니다.
1. 파인다이닝 코스, 다섯 잔이 순서대로 나왔습니다
레스토랑 주은에서의 저녁 자리였습니다. 코스에 맞춰 와인이 순서대로 나왔는데, 스타일 변화가 뚜렷했습니다.
- Bonnet-Ponson Cuvée Perpétuelle Extra Brut Champagne 2015 (샹파뉴, 스파클링) — 코스의 시작을 여는 잔. 엑스트라 브뤼라 단맛이 거의 없어 입맛을 깨우는 용도로 잘 맞았습니다.
- Lou Dumont Meursault 1er Cru 'Les Plures' 2020 (부르고뉴, 화이트) — 뫼르소는 오크 숙성을 거치는 화이트라 같은 샤르도네라도 묵직한 편입니다. 생선이나 갑각류 코스에 무게감을 맞추기 좋은 선택입니다.
- DuMOL Russian River Valley Pinot Noir (캘리포니아, 레드) — 코스가 육류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나온 잔. 피노누아 특유의 산미와 가벼운 타닌이 부담 없이 이어졌습니다.
- Château La Louvière Pessac-Léognan Blanc 2008 (보르도, 화이트) — 레드 다음에 다시 화이트가 나온 게 의외였는데, 페삭레오냥 화이트는 보르도치고 드물게 장기 숙성이 되는 스타일이라 치즈 코스와 짝을 맞춘 듯합니다.
- Château Climens Asphodele Blanc Sec 2019 (보르도, 화이트) — 클리망은 원래 소테른 지역의 스위트 와인으로 유명한 샤토인데, 이건 드라이 버전이었습니다. 디저트 직전 입가심용으로 붙인 구성으로 보였습니다.
다섯 잔을 스파클링 → 화이트(무거움) → 레드(가벼움) → 화이트(장기숙성) → 화이트(드라이 마감) 순으로 배치한 걸 보면, 코스 페어링은 "레드 다음 화이트는 안 된다" 같은 고정관념보다 음식의 무게와 순서를 우선한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2. 중식당에서는 레드 와인을 골랐습니다
용산 드래곤시티 페이 중식당에서는 반대로 갔습니다. 고른 병은 이거였습니다.
중식과 함께.
몰리두커 블루아이드 보이 2021, 호주 바로사밸리 레드입니다. 흔히 중식엔 화이트가 무난하다고 하지만, 기름지고 간이 센 중식 소스는 오히려 과실향이 진하고 타닌이 부드러운 호주 레드와 잘 맞물립니다. 특히 마파두부나 탕수육처럼 단맛과 매운맛이 겹치는 요리엔, 산미가 강한 화이트보다 과실미가 풍부한 레드가 소스의 단맛을 눌러주지 않고 오히려 받쳐주는 느낌이었습니다.
3. 디저트엔 포트와인 한 잔
같은 주 다른 자리에서 마신 포트와인도 있었습니다.
달달했던 포트와인 🍷
Fonseca Guimaraens Vintage Port 2022, 포르투갈 포르투 지역의 주정강화 와인입니다. 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넣어 도수를 올리고 단맛을 남기는 방식이라, 일반 와인보다 달고 도수도 높습니다(보통 19~20도). 디저트와 같이 마시거나, 아예 디저트 대신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용도로 잘 맞습니다.
4. 이름에 담긴 뜻 — '파니엔테'
Far Niente 샤르도네, 나파밸리 와인 얘기도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파니엔테 '아무 근심 걱정 없이'
Far Niente는 이탈리아어 "dolce far niente"(달콤한 무위, 아무것도 안 하는 즐거움)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와이너리 이름의 유래를 알고 마시면 같은 병도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라벨이나 이름에 담긴 뜻을 찾아보는 것도 와인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표로 정리해봤습니다
| 자리 | 와인 | 스타일 | 음식/역할 |
|---|---|---|---|
| 파인다이닝 코스 | 샹파뉴 → 뫼르소 → 피노누아 → 페삭레오냥 → 클리망 | 스파클링 → 화이트(중) → 레드(경) → 화이트(장기숙성) → 화이트(드라이) | 코스 순서에 맞춘 5단 페어링 |
| 중식당 | 몰리두커 블루아이드 보이 2021 | 호주 레드, 과실향 진함 | 기름지고 단맛 있는 중식 소스 |
| 디저트 자리 | Fonseca Guimaraens Vintage Port 2022 | 주정강화, 단맛·고도수 | 디저트 또는 디저트 대체 |
자주 묻는 질문
Q. 중식엔 화이트, 레드 중 뭐가 나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소스가 진하고 단맛이 있는 요리(탕수육, 마파두부, 양장피 소스류)엔 과실향이 풍부한 레드가, 담백한 딤섬이나 해산물 요리엔 산미가 있는 화이트가 더 무난합니다.
Q. 코스요리에서 와인 순서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일반적으로 스파클링(입맛 깨우기) → 가벼운 화이트 → 무거운 화이트 또는 가벼운 레드 → 무거운 레드 → 디저트 와인 순으로 갑니다. 다만 이번처럼 레드 다음 화이트가 다시 나오는 구성도 있는데, 이건 요리의 무게에 맞춘 예외적인 배치입니다.
Q. 포트와인은 언제 마시는 게 좋을까요?
식후, 특히 디저트나 진한 치즈와 함께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수가 높고 달아서 식전주보다는 마무리용으로 어울립니다.
Q. 집에서 코스 페어링을 흉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병을 다 살 필요는 없습니다. 스파클링 한 잔 + 화이트 한 잔 + 레드 한 잔, 이렇게 세 종류만 준비해도 순서(가벼운 것 → 무거운 것)만 지키면 비슷한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에 다룬 병들은 인스타그램 @wine.with.u에 실제로 기록해둔 것들입니다. 다른 페어링 기록도 궁금하시면 아래 글들을 참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