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고기 구워 먹는 날, 냉장고에 있는 와인 중 뭘 꺼내야 할지 매번 고민이었다. 삼겹살엔 화이트가 어울린다는 말도 있고, 소고기엔 무조건 진한 레드라는 말도 있고. 실제로 여러 자리에서 고기 구이와 곁들여본 와인 네 병을 정리해봤다. 삼겹살, 한우 구이, 스테이크까지 — 어떤 병이 어떤 고기와 잘 붙었는지 기록 그대로 옮긴다.왜 고기엔 레드가 국룰일까레드 와인의 떫은맛, 즉 타닌은 고기의 지방과 만나면 입안을 헹궈주는 역할을 한다. 지방이 타닌을 부드럽게 감싸고, 타닌은 다음 한입을 다시 개운하게 만들어주는 식이다. 그래서 기름진 부위일수록 타닌이 단단한 와인이 잘 붙고, 담백한 부위엔 타닌이 약한 와인도 충분하다. 아래 세 자리는 그 원리를 그대로 확인한 경험이었다.삼겹살엔 아마로네 스타일 — ..
사진: ArgentinaWineTourism, Wikimedia Commons, CC BY-SA 3.0마트 와인 코너에서 "말벡(Malbec)"이라고 크게 적힌 병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대체로 진하고, 대체로 가격 대비 만족스럽고, 대체로 아르헨티나산입니다.그런데 말벡은 원래 아르헨티나 품종이 아닙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건너간 품종이고, 정작 프랑스에서는 거의 밀려난 조연입니다. 그 조연이 지구 반대편에서 주연이 된 이야기가 말벡의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이 글에서는 같은 가문에서 나온 두 병 — 카테나 알타와 카테나 자파타 말벡 아르헨티노 — 를 직접 마신 기록으로 말벡이 어떤 품종인지 정리해보려 합니다.왜 하필 아르헨티나였을까말벡은 껍질이 두껍고 색이 진합니다. 그만큼 햇볕과 건조한 기후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