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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산 와인, 마개를 열자마자 뭔가 아쉬웠던 적 있으신가요? 분명 좋은 와인인데 향이 잘 안 올라오는 느낌. 이럴 때 정답은 두 가지입니다. 기다리거나, 흔들거나.
이번 글은 실제로 향이 안 열린 와인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그 반대로 디캔팅을 아예 필요 없었던 화이트 와인 이야기까지 담았습니다. 광고나 협찬 없이 인스타그램(@wine.with.u)에 남겨온 기록을 그대로 옮깁니다.
향이 "닫혀 있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와인,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보르도 블렌딩처럼 탄닌이 단단한 레드는 어릴 때 향이 눌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 속에서 산소 없이 잠들어 있던 향 분자들이 공기와 만나야 비로소 퍼지기 시작하는데, 코르크를 딴 직후에는 그 시간이 부족한 거죠.
문제는 레스토랑이나 여행지에서는 몇 시간씩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이럴 때 쓰는 게 디캔팅입니다. 와인을 넓은 그릇에 옮겨 담아 표면적을 늘려서, 원래 몇 시간 걸릴 산소 접촉을 몇 분으로 압축하는 방법입니다.
실제로 해본 것 — 오퍼스원 2019, "K-디켄딩"
나파 밸리를 대표하는 보르도 블렌딩, 오퍼스원 2019를 면세점에서 구해온 날이었습니다. 자리에는 정식 디캔터가 없었습니다.
면세점에서 공수해온 오퍼스원 2019. 바로 마셔도 실키한 목넘김은 좋았으나 향이 잘 열리지않아 K-디켄딩(빈 물병에 옮겨담고 쉐킷쉐킷) 시행. 향이 열려서 더 맛있게 마실 수 있었음 ☺️☺️
개인적으로는 오퍼스원 18빈이 더 화사했던 기억이라 18빈이 더 맛있었음. (19빈에서는 감초 향 맛이 좀 더 남.)
방법은 간단합니다. 마시고 남은 물병이나 깨끗한 유리병에 와인을 옮겨 담고, 뚜껑을 닫은 채로 가볍게 흔듭니다. 정식 디캔팅은 따라 붓는 낙차로 공기를 섞는데, 이 방법은 흔들어서 강제로 공기와 접촉시키는 셈이라 훨씬 빠릅니다. 실제로 향이 확실히 열렸다는 후기입니다.
이 게시물에는 다른 팔로워의 공감 댓글도 달렸습니다.
지금 드시기에는 조금 어린감이 😢😢😢 저도 어린 빈티지 마시고 실망했던지라 열심히 셀러에서 묵히고 있습니다 😂😂
어린 빈티지의 나파 카베르네 블렌딩은 원래 이런 반응이 흔하다는 뜻입니다. 오퍼스원처럼 탄닌과 구조감이 단단한 와인일수록, 마시는 그 순간에 산소를 얼마나 만나게 해주느냐가 첫인상을 크게 바꿉니다.
화이트는 얘기가 다릅니다 — 오봉클리마 샤르도네
반면 같은 시기에 마신 오봉클리마 샤르도네 산타바바라 카운티는 디캔팅 이야기가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양고기에는 레드가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은 알지만 왠지 이날은 화이트가 마시고 싶었다. 오크,버터,바닐라 향과 맛의 오봉클리마와 함께.
오크 숙성 샤르도네는 탄닌이 아니라 오크와 버터 향이 중심이라, 열어두는 시간보다 온도가 맛을 더 크게 좌우합니다. 너무 차가우면 향이 눌리고, 너무 미지근하면 산도가 무너집니다. 화이트를 디캔팅할 이유는 거의 없지만, 서빙 온도만큼은 레드보다 훨씬 예민하게 신경 써야 합니다.
상황별로 어떻게 할까
| 상황 | 필요한 조치 | 소요 시간 |
|---|---|---|
| 어린 풀바디 레드 (카베르네, 보르도 블렌딩) | 디캔팅 또는 흔들기 | 10~30분 |
| 숙성된 올드 빈티지 레드 | 조심스러운 디캔팅 (침전물 분리 목적) | 따르자마자 바로 |
| 오크 숙성 화이트 (샤르도네 등) | 디캔팅보다 온도 조절 | 해당 없음 |
| 가벼운 화이트, 스파클링 | 디캔팅 금지, 차갑게 바로 | 해당 없음 |
디캔터를 살까, 급할 때 방법을 쓸까
물병 흔들기는 공짜고 어디서나 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흔드는 만큼 거품이 생기고, 급격한 산소 접촉이라 섬세한 와인은 오히려 향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 오퍼스원처럼 구조감이 튼튼한 와인이라 버틴 거지, 피노 누아 같은 여린 품종에는 권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레드를 자주 연다면 정식 디캔터나 손잡이형 에어레이터 하나 두는 게 결국 더 편합니다. 따르는 동안 공기와 섞이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거품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향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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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디캔팅하면 무조건 좋아지나요?
아닙니다. 이미 향이 열려 있는 와인이나 섬세한 피노 누아, 오래된 올드 빈티지는 오히려 향이 빨리 날아갈 수 있습니다. 탄닌이 단단한 어린 풀바디 레드에 효과가 가장 큽니다.
Q. 물병에 넣고 얼마나 흔들어야 하나요?
정해진 공식은 없습니다. 오퍼스원 사례처럼 몇 번 가볍게 흔든 뒤 향을 맡아보고, 원하는 만큼 열렸으면 멈추면 됩니다. 너무 세게, 오래 흔들면 거품이 과하게 생깁니다.
Q. 화이트나 스파클링도 디캔팅 하나요?
스파클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탄산이 날아갑니다. 화이트도 대부분 필요 없고, 오크 숙성이 강한 일부 샤르도네 정도만 짧게 디캔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Q. 디캔터 살 때 뭘 봐야 하나요?
집에서 혼자 또는 둘이 마신다면 큰 디캔터보다 손잡이형 에어레이터가 세척과 보관이 훨씬 편합니다. 손님 초대가 잦다면 바닥이 넓은 클래식 디캔터가 향을 더 빨리 엽니다.
정리하며
같은 오퍼스원이라도 2018빈은 화사했고 2019빈은 감초 향이 남아 조금 더 닫혀 있었습니다. 빈티지마다, 와인마다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디캔터가 없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빈 물병 하나로도 충분히 다른 와인이 됩니다.
이 글에 나온 와인들의 실물 사진과 그때그때의 기록은 인스타그램 @wine.with.u에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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